수업 중 한 학생이 했던 질문이 떠오른다.
"쌤은 수능 때 영어점수 잘 받으셨어요?!"

수능을 치른 지 벌써 10년이 훨씬 넘은 내가 고3 현역 때 수능성적을 이야기 한다는 것이 어색하기도 하지만,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면, 영어 만큼은 늘 재미있게 공부했던 효자 과목 이었다. (나도 수학이 무서워서 문과로 도망간 이들 중 하나였기에...) 

 

1. 대학시절의 영어폐인 모드

 
나의 영어공부 스토리에서 가장 결정적인 전환점은 '학부시절 교양영어 프로그램의 근로장학생 활동'이었다. 원래 근로장학생으로 활동하고 있던 친구가 갑자기 일을 그만두게 되어서 영어면접도 치르지 않고 얼떨결에 낙하산을 타고 교양영어 프로그램의 근로장학생이 되었다. 교양필수 영어과목들을 가르치시는 원어민 교수님들의 수업준비와 기타 업무들을 도와드리는 것이 주 역할이었는데, 챙피하게도 나 혼자 유일하게 스피킹을 제대로 못하는 근로장학생이기도 했었다.
근로장학생 활동을 시작한 이 후, 나는 스피킹 정복에 대한 집념으로 당시 영어공부 트렌드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었던 프렌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같은 각 종 미드와 외국영화 시청에 광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방에 처박혀서 밥 먹을 생각도 하지 않고 미드와 외국영화들을 시청했던 그 시절이야 말로 정말 미드 폐인 그 자체였던 것 같다.
  
 

2. 영어공부에 대한 작은 Tip

 
비록, 내가 교포 2세 이거나,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순수 국내파 영어학습자로써 영어와 관련한 다양한 경험들을 쌓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영어를 정말 좋아하고 지금도 열심히 영어공부를 지속하고 있기에, 내가 직접 실천 했던 영어학습의 원리와 노하우들을 공유한다면, 많은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A. 영어는 머리와의 싸움이 아니라 시간과의 싸움이다. 

> 영어는 누구나 잘 할 수 있다. 이것은 정말 진실이다. 나 역시 그렇게 뛰어난 머리를 가진 사람은 아니다. 더욱이 토종 한국인으로써 장기간의 해외경험 없이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영어실력을 쌓아왔다. 물론 기회가 있고, 재정적인 여유가 있으면 잘 준비된 해외연수나 정규 유학을 다녀오는 것은 영어실력을 향상 시키는데 있어서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한국에서 활용가능한 영어학습 도구들을 잘 활용한다면, 어느 누구나 상당한 수준의 영어실력을 쌓을 수 있다. 절대로 영어는 머리와 좋은 환경과의 싸움이 아니고, 시간과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어떤 학생이라도 훌륭한 영어구사자가 될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을 가져라.
 
 
 

B. 인풋 없는 아웃풋은 없다.

 
> 수업시간에 나는 학생들에게 바다에 떠있는 빙산 그림을 종종 그려준다. 수면 위로 드러난 거대한 빙산 아래에 훨씬 더 어마어마한 부피의 빙산이 잠겨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기 위해서이다. 영어공부의 원리는 빙산의 원리와 너무나도 동일하다. 잠겨 있는 것 없이 절대 밖으로 튀어 나오는 것은 없다. 영어실력 '10' 이 튀어 나오기 위해서는 영어학습량 '100' 이 잠겨 있어야 한다. 뇌에 잠재 되어야 하는 영어의 학습량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어마어마하다. 쉽게 설명하자면, 독해능력 '10' 을 발휘하기 위해서 '100'시간을 머리에 쌓아야 한다면, 말하기 능력 '10' 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제곱이 되는 '10000' 시간을 머리에 쌓아야 한다는 말이다. 독해능력 중심의 내신영어와 수능영어를 공부하는데 있어서도 대부분 학생들의 영어 인풋이 턱 없이 부족한데, 하물며 독해보다 더 어려운 영어 말하기를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인풋이 머리 속에 쌓여야 하겠는가?
 

 

C. 영어는 습관으로 정복해야 한다.

 
> 수업에 처음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항상 제일 먼저 꺼내는 질문이 있다. "수민이는 영어공부를 언제까지 할 생각이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뭐라고 답변을 할 지 망설이곤 한다. 내가 기대하는 정답은 바로 "평생이요!" 이다. 영어공부는 평생하는 것이다. 영어는 평생 활용할 수 있는 실용능력이기 때문이다. 수능영어를 준비하는 마음가짐도 이와 같아야 한다. 영어라는 평생 실용능력을 갈고 닦는 그 과정 중에 수능영어가 있는 것이다. 수학공부를 평생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얼마나 끔찍한가? 영어도 마찬가지이다. 영어공부를 평생하겠다는 생각은 시작부터 질리게 되어있다. 시작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야 한다. 영어는 공부가 아니라 습관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금 내가 실천하고 있는 영어습관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나는 아침에 EBS 영어방송 프로그램들을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Easy English나 Power English 등에서 유용한 표현들이 나올 때 마다 큰 소리로 따라하며 연습한다. 점심을 먹기 전, 반드시 Huffington Post 와 CNN 에서 기사 하나씩을 반드시 읽는다. 정말 피치못 할 사정이 생기는 경우가 아니라면, 나는 반드시 영자신문을 읽고 점심을 먹는다. 운전을 할 때에는 항상 FOX NEWS RADIO를 스마트폰으로 재생해서 AUX선으로 연결하여 자동차 스피커로 크게 틀어놓는다. 그리고 주말에는 토플지문을 꾸준히 독해한다. (3년째 회독하고 있는 토플 책의 밑 부분에는 손 때가 시커멓게 묻어 있을 정도로...) 잠자리에 들기 전 꾸준히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습관은 그 날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가르쳤었던 수능영어 지문들을 큰소리로 다시 읽어보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물론, 너무 졸리면 그냥 잘 때도 있었지만.. ^^a)  물론, 이 글을 읽는 학생들 중에는 "그게 영어공부지 습관인가요!! (버럭!)"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마음가짐의 변화를 당부하고 싶은 것이다. 영어를 공부로 접근하지 말고 습관으로 받아 들이는 마음가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영어는 시간과의 싸움이고, 그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어마어마한 인풋을 쌓기 위한 것이고, 이것은 오직 몸에 베인 습관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정말 이것 만큼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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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강사 시절 예전 홈페이지에 포스팅했던 글을 일부 수정하여 다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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