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중반을 넘어 프리랜서 인생에 접어들었다. 여러가지 변화가 있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변화는 교보문고에 자주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현재 소득이 마지막 직장에서 받았던 연봉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직장생활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비교적 자유로운 삶이 나름 위안이 된다.
직장생활을 할 때, 열심히 돈을 벌어도 돈을 쓰고 즐길 수 있는 시간적 심적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프리랜서 삶을 시작하고나서 상대적으로 자유가 많아졌는데, 이제는 정작 주머니 사정이 여유롭지가 않다. 인생이란 이런건가 보다.
프리랜서 삶을 처음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했던 일은 까페에 가서 일하는 것이었다.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에는 깔끔한 정장에 사원증을 목에 걸고 다니는 회사원들이 그렇게 부러웠었다. 그런데 막상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에는 까페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사람들이 왜 그렇게 부러웠는지 모른다. 그래서 프리랜서가 되고 나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이 까페에 가서 일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까페에 자주 가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습관적으로 마시는 커피 값이 하루 일당 보다 더 많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요새는 주로 집에서 일하는 훈련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집에서 일하는 것이 결코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일에 집중하지 않으면, 게으름에 항복해서 생산성이 형편없어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기분 전환이나 잠시 영감을 얻고 싶은 마음이 들면 이제는 교보문고에 찾아간다. 교보문고에 갈 때 마다, 용돈을 아끼려고 바닥에 앉아서 열심히 책을 읽던 대학시절의 내 모습들이 떠오른다. 그 풋풋했던 대학생이 어느새 중년을 코앞에 둔 프리랜서가 되어 다시 교보문고에 찾아온다.
교보문고에서 일을하면 좋은 점이 몇 가지 있다. 첫 째는 불필요한 지출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둘 째는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이와 관련된 책들을 현장에서 바로 찾아볼 수 있다. 일의 생산성과 퀄리티가 확 올라간다.
나는 도서관은 싫다. 그냥 분위기가 숨막히고, 또 치열하고 때론 너무 처절하기까지도 하다. 서점은 도서관 보다 여유롭지만, 그렇다고 까페 처럼 지나치게 릴렉스하지도 않다. 서점은 집보다는 불편하지만, 집보다는 생산성이 올라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교보문고로 출근하려 한다.
ㅡ프리랜서 인생 171일차를 시작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