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든 사람들끼리 모여서 살아가다 보면,
소개를 통해서든, 또는 우연히 통성명을 하게 되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싱가포르에 와서 지내는 동안,
나름 이런저런 싱가포리언들을 만나보면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 한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갑작스럽게 웬 브라더? 
 
도입 부분은 거두절미하게 싹둑 잘라내고,
그리 몇 번 만나지 않았던 싱가포리언 한 명이 뜬금없이 나한테 "브로(Bro)"라고 하는 것이다.

뭐고?? 인마는..
흑형도 아니고..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나름 친절함의 표현이려니 생각하기로 했다.
 
 
#한국에는 형님 동생 문화, 싱가포르에는 브라더 문화? 
 
나는 사실 "한국의 형님 동생 문화"에 그리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쉽게 말을 놓지도 않고,
굳이 형이라고 불리우는 것을 원하지도 않는다.
 
그렇다 보니 가끔씩,
워낙 투철한 "형님 동생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서,
그냥 무작정 들이밀고 "형님~ 형님" 하는 친구를 만나게 되면,
이 친구에게 적응하는데 꽤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반대로,
나는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쉽게 "형님~"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유들이 있는데,
무엇보다도 한 가지는 이 "형님"이라는 표현에는 참 미묘한 관계 설정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 "형님"이라는 표현에는 참 미묘한 관계 설정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선택의 기로 
 
이 싱가포리언 친구가 나한테 처음 "Bro"라고 불렀을 때,
순간 두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뭘까 이거.. 이해관계가 전제되는 싱가포르 스타일 브라더 문화인가?
아니면 그냥,
리터럴리... 문자 그대로 친구끼리 Bro Bro 하면서 지내는 건가?
 
나는 그냥 후자를 선택했다.
 
 
 
#이상한 조짐...?
 
그런데 슬슬 이상한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Korean BBQ 같이 먹자고 해서 만났더니,
자기가 요새 이것저것 시도하고 있는 Item들이 있다는 것이다.
아이템이라는 단어...
요게 사실... 상당히 많은 것을 암시하는 단어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친구가 나한테 기대했던 것이 있었는데,
한국시장이나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한번 해보자는 것이다.
 
그런 상황을 아예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어색한 브라더 관계에 발을 담궜다.
 
 
 
#어색한 브라더 관계 
 
이해관계가 전제된 우리의 어색한 브라더 관계는
거의 1년 가까이 계속 되었다.
 
수 차례에 걸친 만남과 아이디어 교환..
구체적인 시장조사..
몇 개월에 걸친 번역작업과 트라이얼..
 
사실..
어색한 브라더 관계를 떠나서
싱가폴이라고 하는 나라와
싱가포리언이 바라보는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생각을 옅볼 수 있는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런데 언제나 사업이라는게,
성공을 향해 도전하다가,
여러가지 장애물이나 불협화음에 막혀 결국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돈 문제로 인해서 격게되는 기대와 실망감 보다도,
나와의 만남을 통해 더이상 기대되는 이득이 보이지 않자,
슬며시 관계를 정리하는 브라더의 모습에
알 수 없는 씁쓸함과 실망감을 느껴야만 했다.
 
에효.... 브라더 하면서 들이밀 때, 
아예 처음부터 시작을 말걸...
 
나는 여전히 철이 없다.
그리고 나이브 한 구석도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엑스 브라더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돈이 필요한거고,
돈을 버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거니까...

 
이렇게 또... 
인생의 굳은살 하나가 더 배기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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