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지내는 동생이랑 간단히 저녁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동생이 갑자기 싱가폴을 떠나겠다는 것이다.

형, 나 말레이시아로 갈래.

 

갑작스레 폭탄 선언을 하길래, 나는 동생이 벌써 인터뷰를 보고나서 괜찮은 오퍼를 받았나 보다 생각했다.

괜찮은 자리 하나 잡은거야? 잘됐다 축하해!

 

그러자 동생이,

아니야 형, 나 그냥 말레이시아에서 다시 일자리 찾아 볼래, 싱가폴 살기 너무 힘들어.

 

 

 


# 팍팍한 싱가폴 생활

 

싱가폴 생활이 생각처럼 나이쓰하지 만은 않다.

 

싱가폴에 도전하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처럼,

외국인도 취업을 할 수 있고, 

이직의 기회가 많고

초봉은 낮아도 임금 인상이 빠른 편이다.

라고 하는 부분들이,

나는 개인적으로 유학원이나 해외취업 알선업체들에 의해 미화(美化)된 부분이 없지 않다고 본다.

 

싱가폴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입장에서 Real 버전으로 조금 수정을 해본다면,

외국인도 취업을 할 수 있고,

==> 취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얼마 만큼 양질의 일자리에 취업하느냐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직의 기회가 많고

==> 턴 오버(Turn Over)가 빠르다는 뜻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일을 금방 때려치우고 떠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직종에 취업을 하게 되면, 나 또한 그렇게 금방 떠날 가능성이 높다. 왜 그럴까?

 

초봉은 낮아도 임금 인상이 빠른 편이다.

==> 예전에 네이버 블로그에서 쪽지를 주고 받으며 간단히 싱가폴 취업에 대해 조언을 드렸던 분이 있었는데,

"싱가폴이 초봉은 낮아도, 경력이 쌓이면서 임금 인상이 빠른 편이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일단 처음 2~3년 동안은 그냥 꾹 참고 열심히 해볼려구요"

라고 하시는 것이다. 

초봉이 낮은 것은 분명한 현실, 그러나 임금 인상이 빠른 것은 모든 직종에 해당하는 현실은 아니다.

 

 

나는 "임금 인상이 빠른 편"이라고 하는 이 근거 없는 이야기가 도대체 어디에서 자꾸 생겨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단언컨대, 싱가폴은 승진이 쉽게 되는 나라가 아니다.

승진이 되어야 임금 인상이 될 것 아닌가?

일반적으로 한국의 기업 문화는 시간이 지나면 대리를 달아주고, 또 시간이 지나면 과장도 달아주고 하지만,

싱가폴에서는 나이가 40이어도, 계속 평사원일 수도 있고, 대리일 수도 있다.

 

 

아니면 보통, 이직을 하면서 -소위 점프를 뛰면서- 몸 값을 올리는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데,

주위의 싱가포리언 친구들을 보면,

요새는 싱가포리언들도 이직이 쉽지 않고,

가까스로 이직을 하더라도, 기존 샐러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이직을 하는 경우도 많아 졌다고 한다.

 

그 만큼 싱가폴도 경기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도 "양질의 일자리에" 취업하기가 힘들고 경기가 어려운데,

싱가폴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고,

경기가 어려울 수록,

자국민을 더욱 우대하게 되고, 외국인들은 점점 불리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 말레이시아 취업 - 그렇다면 말레이시아는?

 

그렇다면 말레이시아 취업은 어떨까?

말레이시아의 사회 인프라나 생활 여건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딱 한 가지만 이야기 하자면,

말레이시아의 임금 수준은 싱가폴에 비해서 더욱 더 낮다. 

 

말레이시아에서 다시 일자리를 찾아보겠다는 동생의 생각은 이러했다.

 

싱가폴 주거비와 생활비가 너무 비싸고,

막상 싱가폴의 임금 수준도 그리 높지 않으니,

도저히 답답해서 싱가폴에서 못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활비와 물가가 저렴한 말레이시아에 가서 '사람 답게' 살아 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친구가 생각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임금 노동자의 인건비는 그 나라의 물가수준을 감안해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임금 노동자의 인건비는 그 나라의 물가수준을 감안해서 결정된다"

 

즉,

싱가폴에서 받는 월급은 싱가폴에서 간신히 살아갈 수 있을 정도 밖에 안되는 것이고,

말레이시아에서 받는 월급도 말레이시아에서 간신히 살아갈 수 있을 정도 밖에 안되는 것이다.

결국, 먹고 살기 힘든 것은 싱가폴이나 말레이시아나 비슷비슷한 것이다.

 

어디에서든 여유롭게 살고, 저축할 수 있는 여유는 월급쟁이들에게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 싱가폴 취업 vs 말레이시아 취업

 

구체적인 예를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해외에서 한국인들이 많이 취업을 하는 CS분야, 즉 고객서비스 직무에 대한 채용공고 이다.

(Entry Level의 CS 채용공고를 보여드리면, 턱없이 낮은 급여를 보고 괜히 잔잔한(?) 충격을 받으실까봐 일부러 Senior로 검색을 했다.)

 

 

<싱가폴>

 

먼저 싱가폴에서 올라온 Senior CS Executive 채용공고 이다.

월급이 SGD 2,800 ~ 3,500 으로 올라와 있다.  ※820원 적용시, 약 230만원 ~ 290만원

나쁘지 않은 금액인가?

 

그런데, 싱가폴 월급에 대해서 이해를 할 때,

항상 SGD 1,000 (약, 82만원)은 없다라고 생각해야 한다.

<주거비(공과금 포함)+교통비+통신비> 이렇게 항상 기본으로 깔아야 하는 비용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돈 기준으로, 나머지 약 130만원 ~ 190만원을 가지고 먹고/여가활동 하고/저축하는 생활을 계획해야 한다.

그런데, 싱가포르 물가를 실제로 경험하게 되면,

저축하는 생활은 잊어야 하고,

여가활동은 정말 간신히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말레이시아>

 

이번에는 말레이시아 채용공고이다.

거의 유사한 CS 직무이고, 역시 Senior로 검색을 했다.

순간 3,200 ~ 4,500 이라는 숫자가 눈에 확 들어온다.

오~ 이건 뭐지?

 

But, 바뜨....

But, 바뜨....

 

앞에 붙어 있는 화폐 단위를 한번 보시라,

말레이시안 링깃, MYR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싱가폴 돈으로는 SGD 1070 ~ 1500 라는 뜻이다. 

한국 돈으로는 약 88만원 ~ 123만원 정도의 월급이다. 

 

말레이시아의 물가는 싱가폴에 비해서 확실히 싸다.

그런데, 말레이시아의 월급도 저렴한 물가 수준을 충분히(?) 고려한 수준이다.

 

즉, 싱가폴을 떠나 말레이시아에 간다고 해서 생활 자체가 확 여유로워 지는 것이 아니다.

 

 


#말레이시아 취업, 예외 사항

 

이런 경우는 있을 수 있다.

한국에서 400만원 월급을 받던 사람이,

말레이시아에 주재원으로 파견을 나온다면,

 

보통 이런 경우,

말레이시아의 생활비가 저렴하다고 해서, 주재원의 연봉을 깎거나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주택보조/ 차량보조/ 자녀 학자금 보조/ 주재원 수당 등등이 더욱 딸려 나온다.

 

이렇게 되면, 정말 한국에서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라이프를 말레이시아에서 경험할 수 있게 된다.

필리핀이나 베트남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싱가폴로 몰려오는 말레이시아 사람들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숙원(?) 중의 하나는 싱가폴에서 취업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다.

당장, 우리 회사에도 말레이시아 출신의 직원들이 많이 있다.

 

왜냐하면,

말레이시아 직원이 싱가폴에서 월급을 받아서,

최소한의 생활비만 빼고 가족에게 송금을 해준다면,

말레이시아에서는 정말 큰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싱가폴이라는 곳이 그렇게 호구(?) 같은 나라가 아니다.

말레이시아 출신 구직자들은 싱가포리언 구직자들에 비해서 더욱 낮은 급여를 제시받는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하면,

(말레이시아 출신 직원에게) "야, 너 이 돈 받아도, 말레이시아 가져가면 엄청 큰 돈이잖아!"

 

뭐 이런 논리를 들이미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전략이 거의 먹혀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참고로,

싱가폴에는 고용주가 근로자에게 주는 임금에 대한 어떠한 권장 기준도 없다.

싱가폴 최저임금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으며,

근로자의 임금이라는 것은 철저히 회사와 개인간의 계약의 문제이지 싱가폴 정부에서 간섭하는 문제가 아니다.

 

근로자의 임금은 철저히 회사와 개인간의 계약의 문제이다.

 

 

물론,

SP나 EP를 받기 위한 자격 조건에 학력과 샐러리 조건이 명시되어 있긴 하지만,

그것은 회사에서 어떤 구직자에게 SP나 EP를 주려고 결정했을 때,

해당 구직자가 갖추고 있어야 하는 자격사항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지,

 

해당 구직자가 SP나 EP를 발급 받을 수 있는 학력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회사에서 꼭 SP나 EP를 신청해 주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즉, 구직자가 박사 학위 또는 박사 학위 할아버지를 가지고 있더라도,

회사에서 "너는 공부는 많이 했는데, 경험이 별로 없으니, 미안한데 그냥 2,000달러 밖에 못주겠어, 그러니까 네가 일하고 싶으면 하고, 말고 싶으면 말어" 하면,

구직자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와 같은 경우에, 채용문화의 관례상, 회사에서 애초부터 면접에 초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몇 번 이야기 했었지만, 채용 포지션에 맞는 레벨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언더 스펙도 좋지 않고, 지나친 오버 스펙도 동시에 좋지 않다. 

 

 


#형, 나 말레이시아로 갈래

 

원래, 다 그런거다.

어느 나라든,

월급쟁이로 산다는 것은

늘 팍팍한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생각하는 것 처럼 쉽게쉽게 돈을 모으기 어렵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로 가겠다던 이 친구...

아직도 싱가폴에 남아서, 나랑 가끔씩 쏘주를 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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