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의 공식언어는 총 4가지 이다. 

 


첫 번째 언어는 당연히 English, 더욱 정확히 말하면 Singlish.

 

싱가폴 사람들의 공용어가 본래 부터 영어였던 것은 아니다.

정부 주도하 강력한 영어공용어 정책과 학교교육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아시아권 국가에서 영어를 공용어라고 인정할 수 있는 국가"는 이제 싱가폴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홍콩도 영어를 사용한다고 말이 알려져 있었지만,

홍콩을 여행할 때 느꼈던 것은, 확실히 싱가폴 보다 영어가 잘 안통한다는 것이다.

 

물론, 호텔이나 관광지에서는 영어소통이 큰 불편함이 없었지만,

나는 홍콩 여행을 즐길 때, 블로그나 여행책자에 잘 소개되어 있지 않은 곳을 현지인 친구의 추천을 받아 찾아가곤 했었는데,

일단, 택시를 잡아 탔을 때 부터 확실히 영어가 잘 안통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거리에서 길을 물었을 때에도, 확실히 영어가 잘 안통했다.

 

그런 점에서 싱가폴의 택시기사들은 영어가 통한다는 것이 참 편리하다.

물론, 싱가폴 택시기사들의 영어수준도 스펙트럼이 넓다.

굉장히 기본적인 수준의 표현과 강한(?) 싱글리쉬 억양을 구사하는 택시기사들도 있고,

영어를 괜찮게 구사하는 택시기사들도 있다.

 

한번은 앙 모 키오(Ang Mo Kio)라는 곳에서 친구를 만나러 Grab Car를 불렀는데,

조금 대화를 하다보니,

기사 분이 영국식 억양이 자연스럽게 베어 나오는 깔끔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이었다.

"Your accent is so classy, quite different from what I listen to here in Singapore" 했더니,

대학교 때 부터 영국으로 넘어가서 공부를 마치고, 거의 은퇴할 때 까지 영국에서 쭉 직장생활을 하다가,

은퇴 후, 싱가폴로 돌아와서 취미겸 드라이브겸 해서 Grab을 운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가 조금 옆으로 흐르긴 했지만,

아무튼 결론은 싱가폴은 여전히 영어가 통하는 국가라는 사실이다.

 

 


두 번째 언어는 중국어이다.

 

싱가폴 인구의 상당수를 중국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초대 수상인 리콴유를 비롯한 현재 싱가폴 정부의 많은 핵심 인사들이 중국계 싱가포리언이다.

 

내가 느끼는 싱가폴에서의 중국어는 극과 극이 분명한 언어이다.

싱가폴에 넘어온 많은 중국인들이 다양한 서비스업계나 건설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보니,

싱가폴 사회의 저변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의 언어도 중국어이고,

싱가폴 사회의 상류층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의 언어도 또한 중국어이다.

 

우리 회사는 임직원의 95% 정도가 싱가포리언이고,

나머지 5% 정도가 외국인이다. 나도 이 5% 안에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다시 95%의 싱가포리언들 중에, 90% 이상이 중국계 싱가포리언이다.

 

싱가폴 법에,  회사 임직원의 인종 비율을 규제하는 사항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 조직의 인종 비율을 통제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결국, 매니져가 중국계이면, 팔은 안으로 굽게 되어 있는 법이다.

 

역시나, 우리 회사의 모든 핵심 매니져들은 거의 다 중국계이다.

사업부 총괄 MD도 중국계

그 아래 사업팀 매니져들도 모두 중국계

재무팀 매니져도 중국계

그리고 인사팀 매니져도 중국계이다.

 

이러한 점에서, 싱가폴에서 중국어는 공용어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더욱 더 강한 관계적/사회적/정치적 언어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실제 예를 들어서,

작년에, 우리 회사 재무팀에 말레이계 계약직 직원이 한명 들어 왔었는데,

6개월도 채 안되서 일을 그만 둔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이 후 채용된 직원은 중국계 여자인데, 현재까지 잘 적응하며 일을 하고 있는 듯 하다.

 

말레이계 직원도 영어로 의사소통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싱가포리언 여성 이었다.

그런데, 우리 회사 재무팀에서 딱 1명을 제외한 모든 직원이 중국계 싱가포리언이다.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상황이 대충 이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영어-중국어 스피킹 업무 환경과 동료 관계 속에서

영어-말레이 스피킹 여성이 적응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

그들이 아무리 같은 싱가폴 국적의 사람들이라고 해도 말이다.

 

물론, 싱가폴에서 대놓고 인종차별을 하거나 사람을 무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같은 인종적 뿌리와 언어적 배경을 공유한 사회집단은 분명히 존재한다.

더욱이, 한 사람이 새로운 환경에 속하게 되고,

그 사람들의 문화 속에 파고들어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중국어는 싱가폴 사회에서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중요한 언어인 것이다.

 

 


세번째 언어는 Malay, 바로 말레이시아의 언어이다. 

 

싱가폴은 본래 말레이시아에 속한 지역이었다.

마침, 다음주 수요일(8월 9일)이 싱가폴 국가창립일(National Day)로 공휴일이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싱가폴이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을 한 것이 아니라, 말레이시아 연방으로 부터 쫓겨 났다고 말해야 한다.

(싱가포리언들이 이 말을 들으면 조금 기분이 안좋겠지만....)

그렇다보니, 싱가폴의 생활 곳곳에는 말레이어가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또한, 말레이시아 국적의 싱가폴 영주권과 비율도 굉장히 높고,

이들 중에 추후 싱가폴 시민권을 취득하는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에,

말레이어는 싱가폴 사회에서 중국어 다음으로 큰 사용인구를 가진 언어이다.

 

나랑 같은 팀에 있는 Liang Ling 이라는 여자 동료가 있는데,

말레이시아 출신으로, 싱가폴 영주권을 가지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가,

최근에 싱가폴 시민권을 취득하게 되었다.

 

이 친구는 초중고 대학교를 모두 말레이시아에서 다녔기 때문에,

말레이어를 사용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지만,

중국계 가정에서 태어나고 성장했기에 모국어는 중국어이다.

그리고 영어 또한 상당히 유창하다.

 

잠시 또 옆길로 새는 것이지만,

싱가폴 처럼 다양한 언어와 인종 구성, 그리고 국적 조합을 가진 나라도 정말 드물 것 같다.

 

 


네번째는 타밀어 이다. 

 

인도어가 싱가폴의 공용어라고 말씀하는 분을 본 적이 있었는데,

보통 한국사람들이 생각하는 인도어는 힌디어 이고,

싱가폴 공용어인 타밀어는 힌디어와 엄연히 다른 언어이다.

그래서 인도어가 싱가폴의 공용어라고 말하는 것 보다는, 타밀어라고 하는 것이 더욱 정확하다.

 

타밀어는 인도의 지역언어로써, 스리랑카의 일부 지역에서도 사용되는 언어이다.

그 외 몇몇 다른 지역에서도 사용된다고 들었는데, 지역 이름들을 다 기억 못하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힌디어와 타밀어를 전혀 구별하지 못한다.

다만,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무슨 랩 하듯이 "와끄리 가끄리 게끄리~~" 뭐 막 이렇게 쉼표도 없이 말하는 사람을 보면,

그냥 힌디어나 타밀어 중에 하나겠거니 생각하면 된다.

 

 


두툼한 수도세 조정 안내문 (PUB)

 

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 잠시 우편함을 열었는데, PUB(공과금) 안내문이 도착해 있었다.

봉투가 은근히 두툼하길래,

'뭐가 이리 두툼하지?' 하면서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봉투를 열어 보았는데,

역시나, 봉투가 두툼할 수 밖에 없었다.

공용어가 4개이다 보니, 똑같은 설명을 4개의 언어로 한번씩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1장이면 끝나는 내용도 싱가폴에서는 4장이 필요한 것이다.

즉, 항상 곱하기 4를 해야 한다.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영어 안내문

 

 

중국어 안내문,

Mandarin 이라서 간체를 쓴다.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배웠었고,

현재도 회사 중국어 클래스에서 계속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보니,

그래도 은근히 보이는 글자들이 군데군데 있다.

 

 

이번에는 말레이어,

영어 알파벳을 빌려서 표기하기 때문에, 그래도 타밀어 보다는 친근하다.

 

 

마지막으로 타밀어,

어지럽다....

그냥 어지럽다....

이건 그냥 언어의 끝판왕 같다....

배워보고 싶은 엄두도... 마음도... 전혀 생기지 않는다....

2017, $40, $120, 1, 2, 3, 4 .... 내 눈에 들어오는 글씨의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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