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평범한 문돌이였던 나는,
그냥 대세(?)를 따라 수능점수에 맞춰서 경영학과에 진학을 했다.
수학에 재능이 없었던 나에게,
그리고 그것이 문과를 선택했던 가장 큰 이유였던 나에게,
경영학과에서 만난 회계학 / 재무관리 / 투자론 / 경영통계 와 같은 과목들은 그야말로 곤욕이었다.
마케팅, 인사/조직 이쪽 분야의 과목들이 훨씬 재미있었고, 또한 성적도 좋았다.
# 그런데 나는 지금 또 다시 숫자랑 씨름하고 있다.

나의 주요 업무는 사업의 실적을 체크하고 분석하고 전망하는 일이다.
회사의 기존 사업들이
아무 문제없이 잘 굴러가고 있는지,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지,
아니면 나빠지고 있는지,
항상 점검하고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잘 되고 있는 사업은 더욱 잘 되게, 또 잘 안되고 있는 사업은 다시 잘 될 수 있게' 전략을 연구해야 한다.
이 모든 업무는 파이낸스 자료에서 시작된다.
사람의 건강을 체크하기 위해 심장 박동수를 재보듯이,
모든 사업은 결국 숫자로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숫자는 결국 재무적인 숫자인 것이다.
# 숫자를 다루는 도구, 엑셀(Excel)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조리도구가 필요 하듯이,
숫자를 다루기 위해서는 엑셀(Excel)이라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리고 매번 엑셀을 사용할 때 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도대체 이 엑셀을 만든 사람은 어떤 인간일까?
이 엑셀이 없던 시절에는 도대체 어떻게 일을 했었을까?
# 엑셀을 사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이다.
첫째는 '숫자들을 이용해 내가 원하는 또 다른 숫자를 얻기 위한 것' 이고
둘째는 '숫자들 속에 담겨있는 의미를 정리하는 것' 이다.
숫자를 이용해 또 다른 숫자를 얻기 위해서는 수식(Formula)을 사용하고,
숫자들 속에 담겨있는 의미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피벗테이블(Pivot Table)을 사용한다.
<수식>

내가 원하는 숫자를 얻어내기 위해서,
어떤 숫자와 어떤 숫자들이, 어떻게 결합되고 계산되어져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이 바로 수식(Formula) 이다.
<피벗 테이블>

주어진 숫자들 중에서,
나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추출하고,
또 분석이 용이하도록 레이아웃을 결정해야 한다.
Top Management 에서 요구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또는 현재 상황이나 이슈에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에 따라서 주어진 숫자들을 추출하고 배치하는 경우의 수가 모두 달라진다.
가장 흔한 정보는 단연코 손익에 관한 것이다.
쉽게 말해서,
얼마를 팔아서 얼마를 남기는 사업을 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 분석된 정보들은 양식(Form)에 담겨야 한다.
음식을 그릇에 담아 내어 주듯이,
숫자를 이리저리 굴려서 얻어낸 정보들은 양식, 즉 보고서에 담겨야 한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재무적 지표들이다.

그 외에도,
숫자를 분석한 데이터를 가지고,
목표를 세우기도 하고,
실적을 평가하기도 하고,
개인별 목표치와 이에 대한 평가를 수행하기도 한다.
이 모든 회사 안에서의 의사소통이 '숫자가 담긴 정해진 양식의 보고서'로 이루어 지는 것이다.
# 때론 그래픽 디자이너의 역할을 할 때도 있다.

내가 하는 일의 80%는 파이낸스팀 동료들과 함께 하는 것이지만,
영업팀에서 RFQ 미팅이나 비딩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 경우에,
그래픽 디자이너로 지원 사격을 나가는 경우도 있다.
이 때는 PPT라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친구와 장시간 우정을 나눠야 한다.
하루에 PPT 슬라이드 딱 2장
이게 나의 PPT 작업 철학이다.
그 이상은 No Thanks......
# 노트북을 켜면
노트북을 켜면 나를 늘 반겨주는 화면이 있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해서 스샷하기 전에 "도려내기도 하고 스티커로 가려 놓기도 하고...."

# 문돌이의 고난
수학을 못했던 평범한 문돌이...
인사/조직, 마케팅 분야를 좋아했던 경영학도...
대학원에서 신학과 철학을 탐독했던 신학생...
그런데 나는 지금 싱가폴에서
날마다 숫자와 씨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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